상간자 소송에서 자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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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변협 등록 지세훈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상간자가 자녀에게도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지에 대하여 얘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이 질문은 단순히 법적인 궁금증이 아닙니다. 이 질문이 나오는 순간, 그 사람의 마음속에는 이미 여러 층위의 감정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배신감, 분노, 슬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라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아무리 차분히 설명하려고 해도, 감정이 너무 깊기 때문에 그 어떤 말도 마치 ‘그 사람 편을 드는 것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정확하게 짚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을 달래는 말이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마주하는 이야기로 말입니다.
사실 이 주제에 대하여는 대법원이 명확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상간자, 즉 제3자와의 부정한 관계로 인해 부부 사이가 틀어졌다면, 그 상간자는 배우자에 대해 불법행위 책임을 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불법행위’란 민법 제750조에 따른 것으로,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손해를 입힌 경우를 말합니다. 간통이 명백히 있었고, 그것이 혼인 파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면,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판결에서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어 왔습니다. 이혼 여부, 간통의 경위, 당사자들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위자료 판결이 내려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아이가 있습니다. 아직 어리고, 상처받기 쉬운 나이의 아이가 간통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로 인해 정서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학교 생활에 변화가 생기고, 불면과 불안, 부모를 향한 감정적 거리 두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모든 변화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부모는 마음이 타들어 갑니다. 이 모든 고통의 원인이 그 상간자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질문이 생깁니다. “저 사람, 우리 아이에게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 질문을 받으면 저는 법률가로서 사실대로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설명은 때로는 참 잔인하게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원은 분명히 말합니다. 상간자는 부정행위를 통해 혼인 관계를 파탄시켰다면 배우자에게는 위자료 책임이 있으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에게는 불법행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요. 그 특별한 사정이란, 상간자가 고의적으로 아이의 양육을 방해하거나, 교양을 저지하거나, 자녀에게 직접적인 정신적 해를 가한 경우를 말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상간자는 아이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 않고, 부모 사이의 불륜에만 머무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의 판단입니다.
그 말이 처음 들었을 땐 참 허망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아이는 피해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그 아이는 자신의 삶의 근간이 되는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무너지는 경험을 했고, 그 상처는 누구보다 깊고 오래갑니다. 아이는 잘못이 없는데, 그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현실이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법은 감정에 기대어 작동하지 않습니다. 법은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그 피해가 적법하게 보호할 만한 권리에 대한 침해였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그리고 자녀에 대한 정서적 고통은, 그 자체로 불법행위 요건을 충족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런 판례의 존재를 설명하면서, 저는 상담 방법에서 언제나 덧붙입니다. 상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감정의 문제로 시작되면 안 된다고요. 우리는 너무 자주, 그리고 너무 쉽게 ‘책임’이라는 말을 감정적으로 사용합니다. “그 사람이 우리를 망쳤다”, “아이 인생을 흔들었다”, “정신적 충격을 줬다”는 말은 정서적으로는 전적으로 공감되지만, 법적으로는 그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인과관계를 설명해야 합니다. 고통이 크다고 해서 그 고통을 무조건 보상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며, 오히려 감정이 지나치게 앞서게 되면 소송 과정에서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간자 소송을 준비할 때 반드시 되묻습니다. “이 소송의 목적이 무엇인가요?” 상대방에게 벌을 주고 싶은 것인지, 경제적으로 보상받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아이의 양육권 분쟁에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싶은 것인지. 그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상간자 소송은 오히려 본인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끌려가다가 결국 원하는 결과도 얻지 못하고, 정신적인 소모만 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자녀 문제로 다시 돌아오면, 결국 현실적으로 자녀를 위한 가장 큰 보호는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이혼 이후의 양육환경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는 결국 부모의 선택과 태도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습니다. 간통이 있었든 없었든, 혼인이 유지되든 깨지든,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정서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니 아이가 상처받은 이유를 상간자에게만 묻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전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책임의 화살을 잘못된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고, 아이의 상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상간자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반드시 전략이 필요합니다. 단지 화가 나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어떤 근거로 얼마만큼의 보상이 이용 가능한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감정이 앞서는 순간, 증거 수집이 흐트러지고, 법정에서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더 큰 실망으로 돌아오게 되죠. 그러니 법적 대응을 결심하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에게 묻는 것입니다. 나는 왜 이 소송을 하려는가. 내가 원하는 건 진짜 보상인가, 아니면 위로인가.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 주고 싶어서인가, 아니면 나 자신의 정의감을 지키기 위한 것인가. 이 질문들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그다음에야 비로소 상간자 소송이라는 전략을 올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실제로 상간자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저는 감히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상처, 너무 당연하고, 너무 고통스럽다는 걸 저도 압니다. 변호사로서 수없이 많은 사례를 접했고, 그중에는 아직도 제 마음에 남아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 대부분이 말했습니다. “감정대로 행동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요. 누군가는 감정을 붙잡아주고, 방향을 잡아줘야 했고, 그게 저 같은 사람의 역할이었죠. 법은 감정을 어루만지는 수단이 아닙니다. 법은 복잡한 세상에서 우리가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그래서 때때로 냉정하고, 그래서 때때로 서운하고, 그래서 때때로 억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냉정함 덕분에 우리는 억지 주장을 경계할 수 있고, 억울한 사람을 구제할 수 있습니다.
상간자에게 아이의 고통까지 책임을 묻고 싶은 마음, 저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법은 그 요청을 그대로 들어주지 않습니다. 그 법은 이렇게 말합니다. 배우자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물을 수 있다고. 그리고 그 책임은 냉정하게 입증하고 구조화했을 때 인정된다고요.
이 글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무거운 이야기였지만, 여러분의 현실에 단단히 발붙인 이야기였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지금은 이 글을 통해서라도 마음의 방향을 다시 정리해보고 싶었던 분도 계실 테죠. 그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감정은 감정대로 품고, 대응은 대응대로 구조화하십시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혼자 고민하지 마십시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상담을 요청하세요. 판단은 그다음입니다. 감정의 무게를 함께 들어줄 사람, 정리되지 않은 감정에서 구조를 만들어낼 사람, 바로 그게 저, 지세훈 변호사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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